2016. 11. 12. 22:45

   '존경'이 저절로 생긴 마음가짐이라면, '옹호'는 일종의 다짐이다. 대상을 부분이 아니라 통째로 껴안는다. 대상의 미흡한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나 무조건적인 덮음 같은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다짐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미흡함을 몰라서가 아니라, 미흡함을 끌어안는 자세. 그렇기 때문에 거칠고 난폭하며 편협하지만, 그 편견의 자리에 기꺼이 서 있겠다는 각오인 셈이다. 신뢰가 간혹 배신이라는 종착점으로 나아간다면, 옹호는 그렇지가 않다. 신뢰를 상실하는 순간에조차 어떤 식으로든 논리를 뒤져내어 훼손된 마음을 정화시킨다. 어떤 경우, 갖은 훼손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 신뢰를 과시하는 과감함 같은 것도 진정한 옹호는 행하고야 만다.


― 김소연 「옹호


김소연, 『마음사전, 마음산책,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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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arola